[시사경제] 포이즌필 도입 - 독약 억지로 쳐먹이기
구 국장은 이날 오후 과천청사에서 열린 관련 브리핑에서 "'포이즌 필' 도입은 지난 해 대통령 업무보고 때도 법무부가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로 발표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마무리가 제대로 안 됐고, 법무부 내에서도 그간 일부 혼선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법무부도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하략)
독소조항 (포이즌 필)(poision pill)
기업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전략의 일종으로 매수시도가 시작된 경우에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값에 주식을 살 권리 (신주인수권)를 부여하는 조항. 미국의 23개 주와 일본에서도 인정하는 제도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① 플립 오버 필(flip-over pill) : 적대적 매수자가 목표기업을 인수한 후 이를 합병하는 경우 목표기업 주주들에게 합병 후 존속 회사의 주식을 아주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콜 옵션을 배당의 형태로 부여하는 것.
② 플립 인 필(flip-in pill) : 적대적 매수자가 대상기업 주식의 일정 비율 이상을 취득하면 대상기업 주주들이 대상기업의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콜 옵션을 부여하는 것.
③ 백 엔드 필(back-end pill) : 적대적 매수자가 대상기업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취득하면 대상기업 주주들이 자신의 주식을 우선주로 전환청구하거나 현금 등으로 상환 또는 교환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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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하게 정의가 되어 있네요. 이걸 더 구체적인 상황으로 보도록 하죠.
A라는 상장사가 있는데 주식발행을 100주를 했다고 칩시다.
그 100주 중 10주는 갑돌이라는 대주주가 10%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는 소액주주들 90명이 90%인 90주를 1%인 1주씩 골고루 나눠서 매수한 상태라고 해보죠.
그런데 누군가 외부인이 적대적 M&A 시도를 위해 90주를 가진 90명의 소액주주 중 11명으로부터 11%인 11주를 샀다고 칩시다.(A기업과 라이벌 관계였던 B기업이라고 해보죠.) 이러면 11%를 가진 B기업이 새로운 대주주가 되는게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갑돌이 그렇게 쉽게 기업을 뺏길 수 없죠. 적대적 매수시도가 시작된 경우에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값에 주식을 살 권리 (신주인수권)를 부여한다는 저 조항에 의해 A기업의 대주주 갑돌이는 바로 주총을 소집해서 B기업을 제외한 기존주주(대주주인 자신을 포함해서) 주당 1주씩을 시가보다 싼 무상으로 신주인수권을 나눠주겠다고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지분관계가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우선 기존 10주를 가지고 있던 대주주 갑돌이는 10+10=20주를 가지게 됩니다. 기존 79주를 가지고 있던 소액주주 79명은 79+79=158주를 나눠가지게 됩니다. 1+1=2주씩을 가지게 되겠네요. 마지막으로 인수를 시도했던 B기업은 한 주도 더 못 받게 되고 그냥 11주만 가지고 있습니다. 기존주주에게만 배타적으로 인정한 포이즌필이니까요. 그결과 갑돌이는 20/(20+158+11) 지분이 되고, 소액주주 일인당은 20/(20+158+11) 지분이 되고, B기업은 11/(20+158+11) 지분이 됩니다.
결론적으론 갑돌이는 기존주주였기 때문에 공짜로 주식을 더 받아서 가만히 앉아 지분을 10%에서 10.6%로 올렸고, B기업은 11주 취득으로 최대주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있던 독약쳐먹이기 조항에 의해 가만히 앉아서 지분이 5.8%로 떨어졌습니다.
자, 이제 왜 제가 포이즌필을 독약 억지로 쳐먹이기 조항이라고 해석했는지 더 감이 쉽게 오시죠? 바로 기존 대주주가 새로 대주주가 될 대상이 대주주가 못 되도록 독약을 억지로 쳐먹이는 상황인 겁니다.
경영권 보호는 확실히 되지요. 근데 그게 A기업의 갑돌이 외의 79명 소액주주에게도 이득이 될지가 경제정의의 관점에서 분석되어야겠죠. 아주 일례로 에스케이-소버린 분쟁부터 시작해서 KT&G-아이칸 분쟁에 이르기까지 경영권 분쟁은 기업주가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호재입니다. 서로 주식지분 확대를 위해 기존주주에게서 많이 주식을 사거나 위양을 받으려고 노력하게 되고 살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가는게 주식시장의 법칙이기 때문이죠.
근데 저렇게 독약을 미리 쳐발라놓고 있으면 경영권 분쟁은 안 일어 나겠지만 누가 인수를 안 하게 된다는건 저 기업 가치는 영영 인정 못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게다가 기존 10% 대주주인 갑돌이가 항상 경영을 천재적으로 할지 만약 경영을 엉망으로 하게 되면 어떻게 책임을 물릴지도 애매모호해지는 상황이 오죠. 경영권을 보호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이명박 정부는 공약사항이니 경영권을 보호받아야 기업투자가 늘어난다느니 여론을 호도하면서 독약 억지로 쳐먹이기 조항을 도입하게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 조항을 도입한다고 해서 주주총회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찬성할 소액주주들은 없겠지만 우리나라 소액주주가 각성된 시민들의 연합체도 아니고 대부분 하루이틀 시세차익 보고 단타매매한다고 볼때 대주주의 이익이 정부시책에 의해 보호되는건 별거 아닌게 되겠죠.
아무리 무능하다고 해도 반 자본주의적인 반 민주주의적인 제도를 좋은 것인양 호도하면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니까 밀어붙이겠다는 걸 보면 쓴웃음을 거둘 길이 없네요. 저 제도 시행되고 일부 대기업에서 실제 도입될 수가 있다면(이미 외국계 주주가 40%쯤 되어서 불가능해 보일 수도 있지만 뭐 모르는 일이죠) 주가지수 바로 100포인트는 추가로 떨어질 대형악재가 될 게 분명합니다.
펀드를 하시던, 주식을 하시던 위험자산쪽에 투자하는 분들은 저런 점을 양지하면서 혹여 잘 모르고 넘어갔다가 뒤통수 맞는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랍니다. 성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