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략] 투자를 지켜주는 주문-이또한 지나가리라

개인자산에 대한 월 결산을 방금 마쳤습니다. 벌써 4년쯤 되풀이되는 작업이네요. 예전에는 통장으로 어디에 얼마 있고 하는 식으로 생각했지 지금처럼 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개인 재무제표를 만들지는 않았던 때가 있었죠. 흔히들 하는 얘기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는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 힘든 예금저축으로는 재테크를 하지 못 한다는 얘기에 동감하고 저축의 세계에서 벗어나 펀드나 주식, 실물 등 투자의 세계로 뛰어든 뒤로는 정확한 현황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월 1회 정도 투자한 자산의 시가를 평가하고 향후 전략을 세우곤 합니다.

오늘은 이상하게 그간의 스스로의 재테크에 대한 전략의 변화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10년쯤이 지나기 전까지는 직장 잡자마자 폼 잰다고 차 사고, 아버지가 대출과 전세 끼고 사주신 집 한 채 대출 원금과 이자 갚는다고 매월 돈 나가고, 그와중에 잉여현금을 모아 적금과 신탁을 시작했지요.

그렇게 모은 돈으로 결혼자금에 보태어 쓰고 큰애가 태어나고 새로운 집을 늘릴 필요성이 생기면서 미분양 아파트 전매권을 사서(당시에는 합법이었습니다.^^) 분양대금 갚아나간다고 또 몇년이 갔습니다. 그 와중에 작은애도 보구요.

그렇게 사회생활 10년만에 집도 넓히고 차도 커지고 가정을 이루고 나니 잉여현금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자 나갈 일 없어, 할부금 갚을 일 없어, 분양대금 납부할 일 없어, 그러니 자연스레 매월 목돈이 쌓이게 되더군요. 처음에는 예전처럼 그냥 적금으로 관리하다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금리에 고민했고, 처음 저축에서 투자의 길로 인도해준 것이 엉뚱하게도 보험, 더 자세히는 변액연금보험이었습니다. 대개 그렇듯이 오랜만에 대학선배나 동기가 갑자기 연락이 오고 별 생각없이 만나면 이거 하나 들어봐라 하는 권유에 덜컥 들었다가 그렇게 모은 돈으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를 한다고 하니 그럴려면 펀드를 하거나 직접 투자를 하는게 좋겠다며 점점 공부를 하게 된 셈이죠.

그 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이 각종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금융상품들이었습니다. 그전까진 장기주택마련저축, 개인연금이 당연히 은행에서만 하는걸로만 이해하고 있었고 그밖에 펀드나 보험도 있다는건 그닥 관심이 없었는데 일단 투자에 관심이 생기자 그런 금융상품들도 펀드로 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연금같은 경우에는 연금이전제도라는 걸 통해서 소득공제 혜택을 그대로 승계하면서 신탁에서 펀드로 이전이 가능하다고 하니 더이상 3%대 저축금리에 만족할 수 없었던 저로서는 좋은 대안으로 보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펀드에의 관심은 장기주택마련펀드로까지도 이어졌고, 펀드에 대한 사랑이 날로 커져가서 본격적으로 펀드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 2005년부터입니다. 처음엔 관련 용어도 잘 모르다가 좌수의 개념, 기준가, 샤프지수 등등 펀드용어의 의미를 인터넷과 책을 통해 섭렵해 갔고 그러는 와중에 펀드가 20개 가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펀드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다양해지게 되어서 국내펀드 뿐 아니라 해외 역내/역외 펀드, 실물펀드, 섹터펀드까지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는 와중에 투자원금과 수익률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바로 펀드의 전성기였던 05년부터 07년까지 말이죠.

그 3년은 어떻게 지나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금은 아득하기만 합니다만 나름대로 펀드투자에의 원칙을 충실히 세워 나갔고 그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정치적 경제적으로 가장 최악의 대통령이 당선된 08년부터 투자전선에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07년까지 펀드에 올인하다시피 했던건 그만큼 대한민국의 장기성장성을 믿었기 때문이었고 그 밑바탕에는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격이 어느 정도 이상으로 성장했다는 잠재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747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통해 국민들을 호도했고 인수위 시절부터 강만수 전 장관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기도 안 막히더군요. 그때부턴 초비상 상태로 들어가 수익이 30% 이상 난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 환매를 하게 됩니다. 3년간 수십~수백%의 수익에 익숙해졌던 저로서는 아무리 정부 정책이 잘못 되도 그 와중에도 돈 벌 투자처는 있다는 신념으로 국내기업에 대한 직접투자와 유망 신흥시장에 대한 해외투자로 투자의 방향을 전환합니다. 일명 갈아타기이지요.

시작은 좋았습니다. 지금에서야 그때 직접투자와 해외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건 거품의 막차를 타는게 당연해 보였지만 그래도 3년째 국내증시, 해외증시 모두 오르는 대세상승기였고 거시경제와 상관없이 개별기업은 잘 할 수 있다는 전제는 그리 나쁜 전제는 아니었습니다. 직접투자할 회사는 시가배당률이 금리 이상으로 현금성 자산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고 보이는 기업들이었고 해외투자도 포트폴리오 개념으로 우리나라 경제와 가장 상관없을 만한 지역과 섹터로 골라서 나름의 분산을 이뤘다고 자부했더랍니다.

그러나 베어스턴부터 시작된 구미 거대 금융기관의 부도나 청산은 서브프라임사태라는 별칭을 달고 점점 세상을 압박해 들어갔고 마침내 08년 10월 대망의 파멸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전부터 적립식 투자방식으로 하락장에서 조금씩 사두면 그게 나중엔 큰 수익을 가져다 준다는 달러 코스트 레버리지 효과를 매우 믿었던 저는 유유자적 지가 내려봐야 반토막이지 하며 안 그래도 수십 기백의 수익률을 거둔 종자돈을 바탕으로 적립식을 표방한 몰빵 투자를 하고 있던거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투자금을 많이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펀드나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비중이 제법 되었고 이 부분이 거의 반토막이 나면서 드디어 투자에 자만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온몸의 감각으로 깨닫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걸 투자깜냥이라고 부릅니다. 아무리 괜찮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해도 심리적으로 위협을 느끼게 되는 자산 손실의 크기가 있단 얘기죠.

많은 조사와 고민으로 고른 투자처였지만 밀려드는 쓰나미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던게죠. 작년 10월부터 12월까지는 그저 마비상태에서 HTS를 끄는 것 외엔 별다른 대응책이 없었습니다. 이미 빼놓은 현금이야 안전했지만 대신 갈아탄 직접투자와 해외투자는 속절없이 무너지더군요. 초반기에는 기세좋게 물타기라도 했지만 나중엔 그것도 무용지물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턴 다시 작전을 바꿔서 가장 싸게 산 가격보다 10%가 더 내려가면 기계적으로 매수하고 가장 비싸게 산 가격보다 10%가 더 올라가면 기계적으로 매도한다는 원칙으로 대응해 나갔습니다. 워낙에 장이 급속도로 나빠지니 그 렇게 해도 자주 사게 되더군요. 그러나 훨씬 기계적으로 대응하니까 심리적인 압박감은 많이 줄어 들게 되었습니다.

오늘 결산을 해보니 대략 직접투자는 더이상 손실이 나지 않는 정도에서 마무리가 된 듯 하고 해외투자는 아직도 많이 손을 봐야 손익분기점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을 듯 합니다. 국내펀드는 손을 거의 대지 못했음에도 해외펀드에 비해 회복력이 높은 상태라 곧 플러스 수익으로 넘어서자마자 향후 안전자산으로의 전환을 위해서 환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1500을 넘어서니 시장은 환호를 하며 1600, 2000을 외치고 있네요. 경기회복의 첫 출발점은 서민생활의 안정일텐데 전세계적으로 불황에 일자리가 없어져 실질소득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렇게 쉽게 회복될지는 의문이네요. 만약 다시 하락이 시작된다면 지난번보다 훨씬 깊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어떤 징조가 가장 영향을 미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투자세계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마법의 주문이라고 하는군요. 잠깐의 반등에 미혹되지 말고 새로운 위협요인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면서 천천히 확실하게 투자합시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재밌는 중국어 표현 1

[직장인 재테크] 달러 외화정기예금으로 헷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