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사] 체감경기

어제는 고교동창 녀석들과 즐거운 저녁자리를 가졌습니다. 40대줄에 가까운 아저씨들의 화제가 그렇듯 경제에 대한 얘기가 가장 먼저 나왔죠. 

 

외과의사로 이제 개업한지 1년된 놈은 이제 병원이 자리잡았으니 집을 사야겠는데 지금이 살 때인지 말 때인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근데 월 매출액이 작년평균보다 올들어 4천만원이나 줄었다네요. 1년이면 4억. 개업의 2명에 페이닥터 2명 운영하는 외과가 일년에 얼마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0% 이상 매출이 급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불황에는 아파도 참는것이겠죠. 수술까지 받는 환자는 그나마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으로 수술비를 커버할 수 있는 사람들만 받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진찰받고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조용히 잠적했다가 3달 뒤에 오는 사람도 있답니다. 진찰만 받아서는 보험 결격 사유가 안 되니 몰래 보험들고 보험 타먹을 수 있을때까지 기다렸다가 그제서야 수술 받으러 온다는 거지요.  

 

다 늙어 늦장가 간 다국적제약회사 영업과장인 놈은 그 회사랑 또다른 제약회사가 미국서 합병해서 곧 ERP(Early Retirement pay)나 받고 나가야 하는거 아닌가 걱정입니다. 이 놈이 주로 비뇨기과 전문약품을 강남 의사들 대상으로 영업하는데 강남의 성형외과, 피부과가 의사들 자주 가는 인터넷 장터에 매물로 나온 것이 장난이 아니라고 하네요. 심지어 재작년 쯤 이자 싸다고 엔화대출 3%짜리 수억 빌려서 화려하게 개업했다가 엔화절상/원화절하로 갚아야할 원금은 두 배로 늘고 영업은 안 되서 자살한 의사까지도 있다고 합니다. 불황이니 당연히 미용이니 건강이니 하는게 뒷전이겠죠. 외근직이라 차 끌고 여기저기 서울 시내 돌아다녀보면 임대 플랭카드 붙여놓은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 말 듣고 유심히 길거리를 보니 정말 임대 표시가 여러 군데입니다. 심지어는 가든파이브라고 세운상가 주인였던 사람들에게 우선분양권 주고 있는 기획상가는 10% 정도 밖에 안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 듣고 그래 경방 손해 안보고 10% 정도 수익에 팔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마 국내 5대 화재보험회사에 들어가는 법인영업과장 놈이 가장 사정이 낮습니다. 이노마는 97년쯤에 사회생활 시작하자마자 아시아 외환위기의 소용돌이 속에 엔지니어링 사에서 짤린 경험도 있죠. 그래도 보험회사는 불황이래도 월급 깎인 것도 없고 보험 장사도 잘 된다고 하더군요. 맨날 영업하느라 술이 늘어 병난것만 빼구요. 역시 현금이 말라가는 시대에 현금 장사가 최고인가 봅니다. 보험업에는 한번도 투자를 안 해봤는데 그 놈 신세 보니 한번쯤 투자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면서 넷 다 고민하는게 집없는 놈은 지금 집사도 될까, 집있는 놈은 오를만큼 올랐으니 팔고 전세로 돌릴까, 이 집값 계속 유지될까 등등 집이 가장 큰 문제거리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집 투자는 내가 제일 잘 했더만요.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 2001년도에 분양 받아서 한때 4배가 넘게 올랐다가 다소 떨어졌어도 아직은 3배 수준은 되니... (그래서인지 집값 하락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설왕설래가 오고가다가 매월 현금흐름이 빵빵하고 어차피 실수요로 집 한채를 사놓는걸 전제로 한다면 지금이래도 가급적 빚은 줄여서 사도 된다. 단 앞으로 더 오르긴 힘들 것이며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건 인지해야 한다. 의사놈 미칠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란 말이냐 말란 말이냐...^^

 

여하튼 재밌는 술자리였습니다. 매번 회사사람들과 판매전략이 어떻고 글로벌 확장은 어째야 하고 원가는 어떻게 줄이고 등으로 설왕설래하는거 보단 가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사는 지인들과 사는 얘기를 해보면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가 새록새록 생기면서 체감경기가 확 맘에 와닿는군요. 

 

불황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 빨리 눈앞에 확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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